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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과 묵상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말씀의 배경

갈라디아서는 사도 바울이 오늘날 튀르키예 중부에 자리한 갈라디아 지방의 여러 교회에 보낸 편지입니다. 바울은 첫 번째 선교 여행 때 이 지역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고, 이방인들이 예수님을 믿고 교회를 이루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런데 바울이 떠난 뒤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 "예수를 믿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할례를 받고 유대인의 율법도 지켜야 참된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갈라디아 성도들은 이 가르침에 흔들렸고, 바울은 그 소식을 듣고 뜨거운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2장에는 바울이 안디옥에서 베드로를 공개적으로 책망한 사건이 나옵니다. 베드로는 본래 이방인 성도들과 함께 식사했지만, 예루살렘에서 온 사람들을 의식해 자리를 피했습니다. 바울은 이것이 복음의 진리를 흐리는 행동이라고 보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 책망에 이어지는 말씀으로, 사람이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바울의 확신이 가장 개인적인 고백의 형태로 터져 나오는 대목입니다.

본문의 의미

바울은 먼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라고 말합니다. 바울이 실제로 십자가에 달렸다는 뜻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을 때 그를 믿는 사람의 옛 자아도 함께 죽었다는 뜻입니다. 앞 절에서 바울은 자신이 "율법에 대하여 죽었다"고 했습니다. 자기 힘으로 율법을 지켜 하나님께 인정받으려던 옛 삶이 십자가에서 끝났다는 선언입니다. 로마서 6장 6절도 같은 진리를 말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그러나 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 생명의 시작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옛 나는 죽었지만, 이제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아 계셔서 나를 이끄십니다. 그렇다고 바울의 인격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육체 가운데"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먹고 자고 일하며 고난도 겪는 평범한 몸의 삶입니다. 달라진 것은 그 삶의 주인과 원천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새로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지 밝힙니다.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입니다. 바울은 "우리를"이 아니라 "나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희생이 인류를 향한 막연한 사랑이 아니라, 바로 나 한 사람을 향한 구체적인 사랑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우리는 종종 신앙생활을 '내가 더 잘해야 하는 일'로 여깁니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착하게 살아야 하나님께 인정받을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갈라디아 성도들을 흔들었던 가르침도 결국 이런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길이 그리스도의 죽음을 헛되게 만드는 길이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은혜로 시작한 신앙을 자기 노력으로 완성하려는 순간, 우리는 헐었던 것을 다시 세우는 사람이 됩니다.

바울의 고백에서 눈여겨볼 것은 순서입니다. 그는 먼저 죽었다고 말하고, 그다음에 그리스도께서 사신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의 바탕에 나를 사랑하신 분이 계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변화는 결단이나 의지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 주신 사랑을 알고 믿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 사랑을 깊이 받아들인 사람은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조바심에서 놓여나고, 비로소 자유롭게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있습니다.

삶으로의 적용

오늘 하루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라는 말씀을 마음에 품고 지내 보면 어떨까요. 중요한 결정을 앞두었을 때,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잠시 멈추어 "내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께서 이 자리에서 무엇을 원하실까" 하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이런 작은 멈춤이 삶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실제로 경험하는 통로가 됩니다.

또한 나 자신을 향한 시선도 점검해 보았으면 합니다. 실패했을 때 스스로를 지나치게 정죄하거나, 잘했을 때 내 의로움을 자랑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십시오. 두 태도 모두 여전히 '내가' 삶의 중심에 있다는 표시입니다. 정죄 대신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그분의 사랑을 떠올리고, 자랑 대신 그 사랑에 감사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나님, 저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그 크신 사랑을 오늘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저라는 한 사람을 정확히 아시고 사랑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주님, 여전히 제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인정받으려는 옛 자아가 제 안에 고개를 듭니다. 그 자아가 이미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음을 믿게 하시고, 이제는 제 안에 사시는 주님께서 저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다스려 주옵소서.

오늘 하루 육체 가운데 살아가는 평범한 자리에서, 저를 사랑하신 주님을 믿는 믿음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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