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배경
마태복음 11장은 갈릴리 사역의 한복판에서 예수님이 겪으신 냉대와 오해를 배경으로 합니다. 옥에 갇힌 세례 요한이 제자들을 보내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라고 물었고, 예수님이 가장 많은 기적을 행하신 고라신과 벳새다, 그리고 사역의 거점이었던 가버나움조차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이 마을들을 향해 탄식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아버지께 감사 기도를 드리십니다. 지혜롭고 슬기 있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낮춘 사람들에게는 그 나라가 열렸다는 고백입니다. 오늘 본문의 초대는 이 기도에 곧바로 이어지는 말씀입니다. 배운 자와 힘 있는 자에게 거절당하신 예수님이 이번에는 지친 사람들을 향해 팔을 벌리십니다.
당시 갈릴리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중의 짐을 지고 살았습니다. 로마의 세금과 고된 노동이라는 생활의 짐이 있었고, 종교 지도자들이 율법에 덧붙인 수많은 규정이라는 신앙의 짐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훗날 그들을 두고 "무거운 짐을 묶어 사람의 어깨에 지우되 자기는 이것을 한 손가락으로도 움직이려 하지 아니하며"(마태복음 23장 4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그런 짐에 눌려 있던 이들이었습니다.
본문의 의미
"수고하고"는 힘이 다하도록 일한 상태를 가리키고, "무거운 짐 진"은 남이 얹어 준 짐에 눌려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스스로 애쓰다 지친 사람과 타인이 지운 짐에 짓눌린 사람, 예수님은 이 두 부류를 모두 부르십니다. 그리고 "다 내게로 오라"고 하십니다. 자격을 묻지 않고, 조건을 달지 않고, 오직 지쳤다는 사실 하나를 근거로 초대하십니다.
이 초대의 핵심은 "내게로"라는 말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더 나은 방법이나 더 가벼운 규칙을 제시하지 않으시고, 자기 자신에게로 오라고 하십니다. 바로 앞 27절에서 아들만이 아버지를 알고, 아들이 원하는 사람에게 아버지를 보여 준다고 하셨습니다. 쉼은 어떤 기술이 아니라 아버지를 아는 아들과의 관계에서 나옵니다.
이어지는 29절과 30절은 이 쉼이 게으름이나 방임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은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고 하십니다. 당시 유대 전통에서 스승에게 배우는 것을 멍에를 메는 일에 비유했습니다. 예수님의 멍에는 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는 것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과 함께 걷기에 그 멍에는 쉽고 그 짐은 가볍습니다.
오늘의 묵상
우리도 두 종류의 짐을 지고 삽니다. 스스로 감당하려다 지친 짐이 있고, 누군가의 기대와 비교와 평가가 얹어 준 짐이 있습니다. 신앙생활마저 짐이 될 때가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더 잘 믿어야 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오히려 막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우리에게 먼저 오라고 하십니다. 정리하고 나서 오라고 하지 않으시고, 지친 그대로 오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이 예수님이 거절당하신 직후에 주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마을들 앞에서 실망하실 만했지만, 그 자리에서 아버지의 뜻을 감사하고 지친 사람들을 향해 초대의 말씀을 여셨습니다. 쉼을 주시는 분은 자신도 거절과 피로를 아시는 분입니다. 시편 기자는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시편 55편 22절)라고 노래했습니다. 그 붙드시는 손이 예수님 안에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삶으로의 적용
오늘 하루 자신이 지고 있는 짐의 이름을 적어 보십시오. 일과 관계, 건강과 재정, 그리고 마음속 죄책감까지 구체적으로 적어 보면, 무엇이 내가 스스로 얹은 짐이고 무엇이 남이 얹어 준 짐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목록을 들고 예수님 앞에 앉아 한 가지씩 말씀드리는 것이 "내게로 오라"는 초대에 응답하는 첫걸음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멍에를 메는 일은 그분께 배우는 삶입니다. 하루의 시간표 안에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자리를 짧게라도 고정해 두십시오. 쉼은 일을 멈출 때만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서 옵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짐에 눌린 사람을 볼 때, 판단이나 조언보다 먼저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곁을 내어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기도
주님, 오늘 저는 지친 채로 주님 앞에 나옵니다. 잘 정리된 모습으로 나오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일과 감당하기 버거운 마음을 그대로 들고 왔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그런 저를 향해 먼저 오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스스로 짊어진 짐과 다른 사람이 얹어 준 짐을 주님께 내려놓습니다. 저 혼자 끝까지 감당하려던 고집을 내려놓고, 주님의 멍에를 메고 주님께 배우게 하옵소서.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과 함께 걸을 때 제 마음이 참된 쉼을 얻는다는 사실을 오늘 하루 경험하게 하옵소서.
그리고 제 곁에서 무거운 짐에 눌린 사람을 볼 때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옵소서. 주님께서 저에게 하신 것처럼 저도 그들에게 쉼이 되는 자리를 내어 주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