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배경
요한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에게해의 작은 섬 밧모에 유배되어 있을 때 받은 환상을 기록한 책입니다. 1세기 말 로마 제국의 통치 아래, 소아시아 곧 오늘날 튀르키예 서부 지역의 일곱 교회는 황제 숭배의 압박과 사회적 배제, 때로는 순교의 위협 속에서 신앙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요한은 이들에게 역사의 끝에서 하나님이 이루실 일을 보여 줌으로써 지금의 고난을 견딜 힘을 주고자 했습니다.
계시록 21장은 책 전체의 절정입니다. 앞선 장들에서 심판과 재난, 짐승과 바벨론의 몰락이 이어진 뒤 마침내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립니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보좌에서 나오는 큰 음성은 이제 하나님이 사람들과 함께 거하신다고 선포합니다. 오늘 본문 4절은 그 동거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말씀입니다.
본문의 의미
본문은 하나님이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 표현은 이사야 25장 8절 "사망을 영원히 멸하실 것이라 주 여호와께서 모든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시며 자기 백성의 수치를 온 천하에서 제하시리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수백 년 전 예언자가 바라본 소망이 요한의 환상에서 성취되는 장면입니다. 눈물을 닦아 주시는 분은 천사나 대리인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며, 그 손길은 부모가 우는 아이의 얼굴을 감싸듯 가까운 것입니다.
이어서 네 가지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라고 선언됩니다. 사망, 애통, 곡, 아픔입니다. 사망은 모든 상실의 뿌리이고, 애통은 마음 깊은 곳의 슬픔이며, 곡은 그 슬픔이 소리로 터져 나오는 것이고, 아픔은 몸과 마음이 겪는 실제적인 고통입니다. 21장 1절에서 고대인에게 혼돈의 상징이던 바다가 사라진 것처럼, 인간을 괴롭히던 것들이 새 창조에서는 자리를 잃습니다.
마지막 구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는 이 모든 변화의 이유를 밝힙니다. 눈물이 그치는 것은 우리가 강해져서가 아니라, 눈물을 만들어 내던 옛 질서 자체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5절에서 보좌에 앉으신 이가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고 하신 것처럼, 이것은 부분적인 수리가 아니라 온전한 새로움입니다.
오늘의 묵상
이 말씀이 처음 전해진 사람들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가족을 잃고, 생계를 잃고, 믿음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던 이들에게 요한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눈물을 닦으시는 장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끝이 있다는 확신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 본문이 눈물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눈물을 꾸짖지 않으시고 닦아 주십니다. 시편 56편 8절에서 시인이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라고 고백했듯이, 우리의 눈물은 하나님 앞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의 약속은 지금 우는 것이 헛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 말씀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말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사망과 아픔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말을 아는 사람은 지금의 장을 다르게 읽습니다. 로마서 8장 18절은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라고 말합니다. 고난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고난이 마지막 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삶으로의 적용
먼저, 오늘 내 안에 있는 눈물을 하나님 앞에 솔직히 내어놓으시기 바랍니다. 믿음이 좋으면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문의 하나님은 눈물이 있는 얼굴을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오래 묻어 둔 상실이나 아픔이 있다면 오늘 기도 가운데 그것을 말로 꺼내 보십시오.
다음으로, 곁에서 우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손길이 되어 주십시오. 하나님이 마지막 날에 하실 일을 우리는 작은 방식으로 미리 살아낼 수 있습니다. 설명하려 하기보다 곁에 머물고, 고쳐 주려 하기보다 함께 우는 것이 때로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병상에 있는 이웃, 가족을 잃은 친구, 말없이 힘들어하는 동료를 떠올려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결말을 붙들고 오늘을 사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의 슬픔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질 때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는 말씀을 소리 내어 읽어 보십시오. 지금 겪는 것들은 지나갈 처음 것들에 속해 있고, 우리는 지나가지 않을 새것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오늘 제 안에 있는 슬픔과 아픔을 주님 앞에 감추지 않고 내어놓습니다. 제가 잊은 눈물까지 주님은 기억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사망과 애통과 아픔이 여전히 가득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결말을 아는 사람답게 살게 하소서. 곁에서 우는 이들에게 주님의 따뜻한 손길을 전하는 사람이 되게 하시고, 지금의 고난이 마지막이 아님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 처음 것들이 지나가고 새것이 임할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