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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53장 5절 말씀과 묵상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말씀의 배경

이사야는 주전 8세기 남유다 왕국에서 활동한 선지자입니다. 그는 웃시야, 요담, 아하스, 히스기야 네 왕의 시대를 지나며 앗수르의 위협 앞에 흔들리는 예루살렘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사야서 40장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져, 훗날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 고통당할 백성을 향한 위로와 회복의 약속이 이어집니다.

이 위로의 말씀 가운데 "여호와의 종"이라 불리는 인물을 노래하는 네 편의 시가 있습니다. 42장, 49장, 50장, 그리고 52장 13절에서 53장 12절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노래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 마지막 노래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이 종은 세상이 기대하는 영광스러운 구원자의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고운 모양도 풍채도 없고, 멸시받고 버림받으며,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침묵 속에 죽음을 맞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53장이 "우리"라는 목소리로 고백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그 종을 하나님께 벌 받는 자로 여기며 얼굴을 돌렸던 사람들이, 뒤늦게 진실을 깨닫고 무릎을 꿇듯 고백합니다. 신약의 저자들은 이 노래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서 성취된 말씀으로 읽었습니다. 사도행전 8장에서 에디오피아 내시가 읽고 있던 구절도 바로 이 본문이었습니다.

본문의 의미

5절은 네 개의 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찔림과 허물, 상함과 죄악, 징계와 평화, 채찍과 나음입니다. 앞의 두 짝은 종이 당한 고통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음을 밝히고, 뒤의 두 짝은 그 고통이 "우리"에게 가져온 결과를 말합니다. 그가 받은 것과 우리가 받은 것이 정확히 맞바꾸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대속의 핵심입니다.

"찔림"과 "상함"은 가벼운 상처가 아니라 치명적인 타격을 뜻하는 강한 말입니다. 4절에서 사람들은 그가 자기 죄 때문에 하나님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5절은 "우리의 허물 때문",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고 두 번이나 못을 박듯 말합니다. 고난의 이유가 그에게 있지 않고 우리에게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입니다.

"평화"로 번역된 히브리어 샬롬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삶 전체가 온전해지는 것을 뜻합니다. "나음"도 몸의 병 고침을 넘어 죄로 깨어진 존재 전체가 치유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사도 베드로는 이 구절을 그대로 받아 이렇게 썼습니다.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너희는 나음을 얻었나니"(베드로전서 2장 24절).

오늘의 묵상

이 구절을 읽을 때 우리는 자주 관객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감동하지만, 그 고난의 원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은 슬며시 비켜갑니다. 그러나 본문은 "우리의 허물", "우리의 죄악"이라고 말합니다. 그 채찍을 부른 것은 막연한 인류의 죄가 아니라, 오늘 내가 감추고 싶은 바로 그 허물입니다.

동시에 이 구절은 우리를 정죄로 끝내지 않습니다. 찔림과 상함은 그가 받았고, 평화와 나음은 우리가 받았습니다. 내가 감당해야 했던 값이 이미 다 치러졌다는 뜻입니다. 죄책감에 눌려 스스로를 벌하며 사는 것은, 어쩌면 그가 대신 맞은 채찍을 다시 내 등에 얹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은혜는 값없이 받는 것이지만 결코 값싼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그 값을 온몸으로 치렀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53장의 고백자들은 처음에 그를 귀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종은 자신을 멸시한 바로 그 사람들을 위해 찔리셨습니다. 이 사랑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애써 갚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고 받는 것입니다.

삶으로의 적용

먼저, 오늘 내가 안고 있는 죄책감 하나를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십시오. 그것을 십자가 앞에 두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라는 말씀을 소리 내어 읽어 보십시오. 이미 치러진 값을 내가 다시 치르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둘째, 그리스도께서 주신 평화를 관계 속으로 흘려보내 보십시오. 내가 받은 샬롬은 가두어 두라고 주신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마음이 막혀 있던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전하거나, 미뤄 둔 사과를 건네는 작은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몸과 마음에 병을 안고 있는 이웃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나음의 약속은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가 대신 상하셨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이 소식은 여전히 가장 좋은 소식입니다.

오늘의 기도

주님, 오늘 말씀 앞에서 제 허물과 죄악 때문에 주님께서 찔리시고 상하셨다는 사실을 다시 마주합니다. 그 고난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던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주님께서 대신 징계를 받으셨기에 제가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게 되었음을 믿습니다. 스스로를 정죄하며 다시 채찍을 지려 할 때, 이미 다 이루셨다는 말씀을 기억하게 하시고, 그 나음이 제 깨어진 마음과 관계 속에 실제로 임하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 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평화를 전하는 통로가 되게 하시고, 아프고 지친 이들을 주님의 은혜로 기억하게 하여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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