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배경
시편 121편은 120편부터 134편까지 이어지는 열다섯 편의 시, 곧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에 속합니다. 이 노래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 같은 절기를 지키려고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날 때 길 위에서 불렀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예루살렘은 유다 산지 높은 곳에 있어서, 어느 방향에서 출발하든 순례자는 결국 산길을 올라야 했습니다.
당시의 산길은 오늘처럼 안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바위와 굴 사이에는 강도가 숨어 있었고, 낮에는 뜨거운 해가, 밤에는 찬 기운이 나그네를 괴롭혔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주변 민족들은 산 위에 제단을 세우고 우상을 섬겼기에, 산은 순례자에게 두려움의 장소이기도 했고 거짓 신들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앞선 시편 120편은 "내가 환난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내게 응답하셨도다"(시편 120편 1절)라는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거짓과 다툼이 가득한 땅에 사는 괴로움을 토로한 뒤, 시인은 121편에서 순례의 길을 떠나며 눈을 들어 앞을 바라봅니다.
본문의 의미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는 말씀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닙니다. 시인은 앞에 놓인 험한 여정을 실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고개, 지나야 할 골짜기, 그 안에 도사린 위험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말은 질문의 형태를 띱니다.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산은 크고 나는 작다는 솔직한 자각이 이 물음에 담겨 있습니다.
이 질문은 곧바로 2절의 대답으로 이어집니다.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도움은 산에서 오지 않습니다. 산 위의 우상에게서도, 산의 견고함에서도 오지 않습니다. 산조차 지으신 분에게서 옵니다. 히브리어로 "도움"을 뜻하는 말은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것을 가리킬 때 자주 쓰입니다.
3절과 4절에서 화자가 바뀌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1절과 2절은 "나"의 고백이지만, 3절부터는 "너"를 향한 축복의 말이 됩니다. 순례자가 스스로 답을 찾은 뒤, 곁에서 함께 걷는 이가 그 확신을 더욱 든든하게 세워 주는 모습입니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다는 선언이 그 절정입니다.
오늘의 묵상
우리 앞에도 저마다의 산이 있습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건강, 출구가 보이지 않는 관계,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이 산처럼 버티고 서 있습니다. 시인은 그 산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눈을 들어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은 믿음이 약한 증거가 아니라, 참된 도움을 찾기 시작하는 첫걸음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산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산 너머, 산 위에 계신 분께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우리는 종종 문제의 크기에 눈이 붙들려 도움의 근원을 놓칩니다. 가진 것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 힘이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셈하다가 지쳐 버립니다. 그러나 천지를 지으신 분은 내 문제보다 크시고, 그분의 시선은 나를 떠나지 않습니다.
시편 124편 8절은 같은 고백을 공동체의 언어로 반복합니다.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 나 혼자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될 때, 순례의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삶으로의 적용
오늘 하루,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 떠오를 때마다 시편 121편 1절과 2절을 소리 내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내 앞의 산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이름을 붙여 보십시오. 그리고 그 산을 지으신 분께 "나의 도움은 당신에게서 옵니다"라고 고백해 보십시오. 짧은 이 고백이 하루의 방향을 바꿉니다.
또한 곁에서 산을 오르는 이를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3절과 4절의 화자처럼, 누군가에게 "당신을 지키시는 분은 졸지 않으십니다"라고 말해 줄 수 있습니다. 힘겨운 길을 가는 가족이나 동료에게 오늘 이 말씀을 나누어 보십시오. 말씀은 나눌 때 더 견고해집니다.
오늘의 기도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 오늘도 제 앞에 놓인 산을 바라보며 두려워하는 저를 아시지요. 제 힘과 지혜로는 넘을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저의 도움은 산에서 오지 않고, 사람에게서도 오지 않고, 오직 주님께로부터 옵니다.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며 저를 지키시는 주님, 흔들리는 발걸음을 붙들어 주시고, 문제보다 주님을 먼저 바라보는 눈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와 함께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도 같은 확신을 나누게 하시고, 오늘 하루 주님의 손 안에서 평안히 걷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