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배경
사도행전 1장 8절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입니다. 사도행전은 누가복음을 기록한 누가가 그 뒤를 이어 쓴 책으로, 예수님이 떠나신 뒤 성령을 받은 제자들이 어떻게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워 갔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장은 부활 후 사십 일 동안 제자들과 함께 지내신 예수님이 감람산에서 승천하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당시 유대 땅은 로마의 지배 아래 있었고, 사람들은 다윗 왕국 같은 강한 나라가 다시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라고 묻습니다. 나라의 정치적 독립과 회복이 언제 이루어질지가 그들의 가장 큰 관심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물음에 직접 답하시는 대신,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 속한 일이라 하시고 방향을 완전히 바꾸십니다. 제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언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였습니다.
본문의 의미
본문은 "오직"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제자들이 궁금해하던 시기와 나라의 문제는 접어 두고,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말씀하시겠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는다는 약속입니다. 여기서 권능은 정치 권력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예수님은 승천 전에 이미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으로 입혀질 때까지 이 성에 머물라"(누가복음 24장 49절)고 하셨는데, 그 약속이 이제 구체적인 사명과 연결됩니다.
증인이란 자기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부활을 눈으로 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맡겨진 일은 새로운 사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난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증언이 미칠 범위가 차례로 열립니다. 예루살렘은 그들이 서 있는 도시요, 온 유대는 그 주변 지역입니다. 사마리아는 유대인들이 오랫동안 상종하지 않던 이웃 민족의 땅이었고, 땅 끝은 이방 세계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는 이사야가 예언한 "나의 구원을 베풀어서 땅 끝까지 이르게 하리라"(이사야 49장 6절)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사도행전은 이 순서 그대로 복음이 퍼져 가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묵상
제자들은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을 물었지만, 예수님은 훨씬 더 큰 그림을 보여 주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한 민족의 영토가 아니라, 땅 끝까지 이르는 복음을 통해 세워지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도 자주 "언제쯤 이 문제가 풀릴까"를 묻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때를 알려 주시는 대신,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 주십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순서입니다. 권능을 받는 것이 먼저이고, 증인이 되는 것은 그 결과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증인이 되어라"라고 명령하시기보다 "증인이 되리라"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가 애써 만들어 내는 힘이 아니라, 성령께서 주시는 힘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제자들은 두려움에 문을 잠그고 숨어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얼마 뒤에는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사람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계신 분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 말씀은 연약한 우리에게도 같은 약속으로 다가옵니다.
삶으로의 적용
먼저 나의 예루살렘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족, 직장, 학교, 매일 마주치는 이웃이 우리의 첫 번째 증언 자리입니다. 멀리 있는 땅 끝보다 가까운 곳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람답게 사는 일이 증인의 출발점입니다.
다음으로 나에게 사마리아 같은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고 싶습니다. 마음이 불편해서 피하고 싶은 사람, 나와 생각이 달라 거리를 두었던 사람에게도 복음은 가야 합니다.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사마리아로 넘어갔던 것처럼, 우리 마음의 경계도 성령 안에서 넓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증인이 되는 일을 내 힘으로 하려 하지 않기로 다짐해 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성령의 도우심을 먼저 구하고, 말할 기회가 열릴 때 내가 경험한 주님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의 기도
주님, 제자들이 나라의 회복을 물었을 때 더 큰 뜻을 보여 주신 것처럼, 저의 좁은 질문과 걱정 너머에 있는 주님의 계획을 바라보게 하여 주십시오. 때와 시기를 알려 하기보다, 오늘 주신 시간을 주님의 증인으로 살게 하여 주십시오.
성령을 보내 주셔서 저에게 권능을 입혀 주십시오. 저는 두려움이 많고 말도 서툰 사람이지만, 주님이 함께하시면 담대해질 수 있음을 믿습니다. 제가 서 있는 가정과 일터가 저의 예루살렘이 되게 하시고,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사랑으로 다가가게 하여 주십시오.
제가 만난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사람이 되게 하시고, 그 증언이 저의 자리에서 땅 끝까지 이어지는 복음의 물결에 작은 보탬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