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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일서 4장 19절 말씀과 묵상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말씀의 배경

요한일서는 예수님의 제자 요한이 노년에 쓴 편지로 전해집니다. 예루살렘이 무너진 뒤 요한은 소아시아의 큰 도시 에베소를 중심으로 여러 교회를 돌보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편지는 1세기 말 무렵 그 지역의 성도들에게 보낸 것으로 봅니다. 당시 교회 안에는 예수님이 참 사람으로 오셨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자신들만 특별한 지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공동체를 떠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흔들림 속에서 요한은 신앙의 진짜 표지가 무엇인지 거듭 말합니다. 하나님을 안다고 말하면서도 형제를 미워한다면 그 앎은 거짓이라는 것입니다. 요한일서 4장은 그 가르침의 절정으로, 하나님이 사랑이시라는 선언에서 시작해 우리의 사랑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짧고 분명하게 밝힙니다. 오늘 본문은 그 한가운데 놓인 한 문장입니다.

본문의 의미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먼저"입니다. 사랑의 순서를 뒤집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잘해서, 믿음이 좋아서, 사랑할 만해서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이 아닙니다. 요한은 조금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한일서 4장 10절). 하나님의 사랑은 십자가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이 순서를 알면 앞 절의 두려움 이야기가 이해됩니다. 18절은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는다고 말합니다.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기준이라면 우리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먼저 사랑하셨다면, 심판 날에도 우리가 붙들 것은 나의 성적표가 아니라 그분의 사랑입니다. 그래서 요한은 "우리로 심판 날에 담대함을 가지게 하려 함"이라고 씁니다.

동시에 이 문장은 20절과 21절로 곧장 이어집니다. 먼저 받은 사랑은 흘러가야 합니다.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근거이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오늘의 묵상

우리는 사랑을 자주 거래처럼 생각합니다. 상대가 잘해 주면 나도 잘해 주고, 실망을 주면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방식으로 우리를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로마서 5장 8절). 사랑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던 그때, 사랑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이 지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의 순서를 잊기 때문입니다. 내가 더 잘 믿어야, 더 많이 섬겨야 하나님이 나를 받아 주실 것 같은 마음이 들면 기도도 예배도 의무가 됩니다. 오늘 말씀은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합니다. 출발점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오늘 하루도 그분의 사랑이 나보다 먼저 와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삶으로의 적용

먼저, 하루를 시작할 때 "나는 이미 사랑받은 사람이다"라고 한 번 소리 내어 말해 보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나를 채근하기 전에 받은 사랑을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작은 습관이 두려움 대신 담대함으로 하루를 열게 합니다.

다음으로, 내가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한 명 떠올려 보십시오.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작은 친절을 건네 보는 것입니다. 안부 문자 한 통, 먼저 건네는 인사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장 34절)고 하셨습니다. 먼저 사랑하는 것이 곧 받은 사랑을 증명하는 길입니다.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나님, 제가 하나님을 알기도 전에 먼저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격 없는 저를 위해 아들을 보내 주신 그 사랑이 오늘 제 삶의 출발점임을 고백합니다. 제 부족함을 볼 때마다 두려워하는 마음을 거두어 주시고, 이미 받은 사랑 안에서 담대하게 살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 제가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계산에서 벗어나, 보이는 형제를 하나님이 저를 사랑하신 것처럼 대하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 제가 만나는 한 사람에게 주님의 사랑이 저를 통해 먼저 닿기를 원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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